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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외국의 한 디자이너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동묘의 거리에 발을 내딛고, 충격에 빠지게 된다. 아니, 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패션 리더들인가? 억압받지 않은 패션, 자유분방한 핏, 독특한 색감의 매치. 그는 동묘를 활보하는 수많은 노인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을 찍어서 올릴 정도이니 말이다. ‘Best street in the world’, 세계에서 제일가는 거리, 그가 동묘 거리를 지칭하며 올린 문장이다.
'Best Street in the World!'
동묘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컬렉션. 어딘가 굉장히 익숙하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댁은 뉘시기에 저 사람들을 보고서도 영감이라고 하시고 극찬을 하슈? 어느 외국의 음침한 뒷골목에서 나 디자이너요, 뽐내고 싶어서 뭐라도 찍어 올리는 것 아뇨? 이런 회의적인 생각은 접어두시라. 불가리아 태생, 영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스투시, 도버 스트릿 마켓, 아식스가 사랑하는 남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람. 그의 이름은 키코 코스타디노브이다.
키코 코스타디노브.
1989년 불가리아 출생의 키코는 열여섯의 나이로 영국으로 이주했다. IT계열 쪽으로 진로를 설정하고 공부를 시작했으나, 이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알고 열여덟의 나이에 패션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이 때부터 그의 센세이셔널한 커리어가 시작된다.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입학한 키코는 패션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며 점점 자신의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떡잎을 알아본 한 브랜드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서깊은 스트릿 브랜드, 스투시였다. 아무런 작업물도 없던 그에게 스투시는 선뜻 협업을 제안했다. 그렇게 학생 신분이었던 2015년, 키코와 스투시의 협업 제품들이 발매되었다. 소호 부티크 숍 머신에이, 도버 스트릿 마켓 런던점과 뉴욕점에서 전개된 캡슐 컬렉션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키코 코스타디노브와 스투시의 협업 컬렉션.
키코와 스투시의 협업 제품을 본 사람들은 ‘스투시의 유산이 파괴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키코가 정확히 원하던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유로운 컷팅, 과장된 실루엣, 로고의 재해석을 통해 스투시의 유산 위에 물감을 흩뿌리듯, 자신만의 감성과 패션 철학을 풀어냈다. 두 번에 걸친 스투시와의 콜라보를 성공으로 이끌어내면서 그는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
2016년, 그는 졸업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하였다. 그의 독특한 커팅과 실루엣은 도버 스트릿 마켓과 브리티시 패션 카운실로 하여금 전폭적인 지지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키코는 매 시즌 컬렉션을 통해 자신만의 패션 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구축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지향하는 방향성은 elegant utility, 우아한 실용성이다. 실용성에 바탕을 둔 디자인이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의 근원은 그의 어린 시절에 있다. 공장에서 일하시던 아버지, 청소부였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그의 패션 철학에 큰 영향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유니폼과 워크웨어를 자신의 패션 세계의 중심에 놓게 된 것이다. 키코는 유니폼과 워크웨어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절개와 재봉을 통해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든다. 이러한 키코의 작품을 보고 신선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키코 코스타디노브의 19FW 맨스웨어 런웨이. 자유로운 컷팅, 최소한의 봉제, 독특한 실루엣 등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그는 아식스와 손을 잡고 젤-버즈 1이라는 스니커즈를 공개했다. 아식스의 대표적인 런닝화인 젤-님버스 20을 새롭게 해석하여 투박하면서 매력적인 색감, 독특한 소재가 주는 느낌을 살려서 출시된 이 스니커즈는 순식간에 완판되어 높은 리셀가를 형성했다.
키코 코스타디노브와 아식스의 첫 번째 협업 스니커즈, 젤-버즈 1. 현재 리셀가가 80~100만원을 호가하며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이후 젤-코리카, 젤-키릴 등의 아식스와의 협업 스니커즈들도 큰 호응을 받았다. 마라톤화로 유명한 미국의 스니커즈 브랜드, 호카 오네오네(Hoka One One)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키코는 아식스에서도 실용성에 중점을 둔 그만의 철학을 유감없이 뽐냈다.

그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한 가지로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제일 가까운 단어를 고르자면 ‘고프코어(Gorpcore)’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웃도어 활동에서 입는 옷을 평범한 일상복과 매치해 개성적인 스타일을 연출하는 스타일인 고프코어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키코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편안한 착화감이 장점인 호카 오네오네의 신발을 즐겨 신었고, 이는 곳 유행이 되었다.
마라톤화로 유명한 미국의 스니커즈 브랜드, 호카 오네오네(Hoka One One)과 호카 오네오네를 신은 키코 코스타디노브의 사진.
그의 브랜드의 원동력은 기존에 것에 대한 거부이다. 통상적이고 뻔한 방식의 패션을 거부하고 온전한 자신만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려고 노력한 것이 지금의 키코 코스타디노브를 있게 한 것이다. 기존의 것을 분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통해 굳건히 자신의 패션 세계를 공고히 하고 있는 키코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보아도 되지 않을까?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유망한 디자이너인 동시에 멋진 패션 리더이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그의 룩을 보고 싶다면 그의 인스타그램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