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스

1990년대 뉴욕, 그 느낌 알잖아? Aime Leon Dore

에디터 J. ∙ 읽음 4,442 ∙ 2020.10.15
1990년대 뉴욕, 그 느낌 알잖아? Aime Leon Dore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언제 마지막으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했던가? 학생은 학교에서,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치이며, 하다못해 백수는 가족에게 치이며 힘든 삶을 이어간다. (필자가 그렇다)

노래를 들으려고 해도 층간소음을 신경 써야 하며, 지하철 안에서의 짧은 단잠은 인파 속에서 깨기 일쑤다. 이렇게 고된 시간을 보내며 집에 오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언제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대다수 브랜드는 자신들의 생각보다 소비자의 생각을 읽으려고 한다. 유명한 브랜드의 디자인을 따라 하고, 잘 팔린 제품을 다시 발매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브랜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 자신들의 생각과 대중성 사이의 어느 선에서 타협을 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뒷전이 되기 일쑤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이익이 많이 남는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왜 네가 좋아하는 대로 옷을 만들지 못하지?’라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 자본이 어쩌구 현실이 저쩌구. 듣기만 해도 답답해지는 그 대답을 가뿐히 무시하고 당당하게 웃는 브랜드가 있다. Aime Leon Dore, 에임 레온 도르. 오늘 소개할 브랜드이다.
에임 레온 도르는 뉴욕에 연고를 둔 7년 차 패션 브랜드이다. 이름은 굉장히 그럴듯해 보이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프랑스어로 사랑을 뜻하는 Aime, 그리스어로 ‘사자’를 뜻하는 Leon, 그리고 설립자 테디 산티스의 이름 Theodore(Theodroe의 애칭이 Teddy이다)의 마지막 음절인 Dore을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데 생각은 안 나서 아무거나 막 갖다 붙인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필자가 지난주에 낸 과제 같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추억 속 한 장면, 자신의 마음을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고 에임 레온 도르의 옷 속에 녹여낸다. 그가 선보인 패션 스타일의 영감은 90년대 미국 문화에서 왔다. 그의 영감의 원천은 나스, 우탱 클랜, 코비 브라이언트, 마이클 조던, 맙 딥, 노트리어스 B.I.G, 투팍, 퍼프 대디, 투팍 등, 90년대 미국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탄성을 내지를 만한 인물들이다.
물론 이들의 이름을 들어도 조금의 느낌도 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자신의 스타일을 설득시키는 걸까. 놀랍게도 설립자 테디 산티스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상품을 통해 한 시대를 대변하고 있어요. 비주얼을 통해, 필름을 통해서도요. 우리의 이야기는 그 시대의 진정성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즐기거나 말거나!”

-테디 산티스-

그는 굳이 설득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느낌을 아는 사람은 즐기고, 모르면 지나가라는 식이다. 대신 그는 자신이 있다.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해가 아닌 공감이다. 먼발치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 같이 어울리며 노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에임 레온 도르 안에는 산티스가 생각하는 뉴욕이 있다. 힙합의 도시, 동시에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도시 중 하나. 그 속에서 비싼 옷을 살 여유는 없지만 멋은 챙기고 싶은 ‘패피’들이 폴로와 타미 힐피거 자켓을 툭 걸치고 에어 조던과 팀버랜드를 신고 다니는 곳. 날것 그대로가 살아 숨쉬는 도시.
그래서인지 에임 레온 도르에는 유독 부드러운 컬러와 과감한 색배합을 사용한 옷이 많다. 한 번 인터넷에 에임 레온 도르를 찾아보시라. 브랜드 컬렉션을 보고 나면 절로 머릿속엔 하나의 도시가 떠오를 것이다. 과감하면서도 차갑고, 조용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것. 산티스의 머릿속의 뉴욕이자 스트릿 웨어의 정의이다.
그들은 최근에 뉴발란스와의 협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는데, 광고 포스터가 재미나다. 왠지 모르게 구수하고 레트로한 감정이 든다면, 당신의 감각은 정확하다. 그들은 1980년대 뉴발란스의 광고 포스터에서 영감을 받아 그것을 재해석하여 광고로 내놓았다. 1980년대의 뉴발란스 광고 포스터 속 젊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은 것인지, 에임 레온 도르와 뉴발란스의 협업 포스터 속 모델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에 있지만, 발걸음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에임 레온 도르의 컨셉 스토어 곳곳에는 에어 조던이 매달려있다. 변색이 되고 여기저기 오염이 있는 에어 조던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누군가의 발을 감싸고 곳곳을 누비며 축적된 이야기들은 시간 그 자체이다. 사람들은 잔뜩 더러워진 그 신발들을 보며 향수에 젖는다. 그땐 그랬었지, 나도 저렇게 신었을 때가 있었지. 그것이 에임 레온 도르가 추구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있고, 그다음에 옷이 있다는 테디 산티스의 말이 에임 레온 도르의 정체성을 정의한다. 산티스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옷 속에 풀어내려고 한다. 그에게 옷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에임 레온 도르의 옷을 쳐다보는 소비자들에게, 산티스는 자꾸 말을 건다. 너, 이것도 해봤지? 이것도 봤지? 느낌 알지? 알잖아. 맞아, 내가 이랬었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당신은 결제창을 열고 있을 것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강력하고, 에임 레온 도르는 생각보다 멋진 브랜드이니까.
에임 레온 도르는 현재 뉴발란스와 다시 콜라보를 진행하며, P550 모델 신발을 내놓았다. 에임 레온 도르다운 부드럽고 다양한 색감과 뉴발란스만의 클래식한 느낌이 합쳐져 빈티지하면서 세련된 스니커즈가 완성되었다. 현재 END. 와 트레비앙(Tres Bien), 굿후드(Good Hood) 등 여러 편집샵에서 응모가 진행 중이니 한 번 응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