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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브랜드화, JJJJound

에디터 J. ∙ 읽음 8,869 ∙ 2020.10.08
취향의 브랜드화, JJJJound
여기에 한 사람이 있다. 이름은 저스틴 선더스. 사는 곳, 캐나다 몬트리울. 1982년생. 취미는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 특이사항, 없음. 그는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이다.
수줍고, 내성적이며, 나가서 축구를 하는 것보다 집에 누워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더 즐거운 그는 2006년,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는 그곳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업로드하기 시작한다. 올라오는 사진들은 어떠한 개연성도 없고, 설명도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영감이 되는 사진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적당할 때에 하나씩 올리는 것이 다였다. 선더스에게 그곳은 자신의 영감의 원천이자, 생각 창고였다.

글도 없고, 설명도 없이 오직 사진만 올라오는 그의 블로그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불규칙적으로, 하지만 꾸준히 올라오는 사진들은 누군가의 취향에 쏙 드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무작위의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사진들이 많이 모이자, 어느새 그의 블로그는 ‘무작위적인 취향의 집합소’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블로그를 드나들며 그들의 취향에 맞는 사진들을 찾아서 영감을 얻었다. 오프화이트의 수장 버질 아블로, 래퍼이자 프로듀서, 디자이너인 칸예 웨스트 등의 거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더스의 블로그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초대형 브랜드의 이름이 뭐냐고? JJJJound, 자운드라고 불리는 브랜드이다.
JJJJound, 이름부터 너드(Nerd)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브랜드가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패션 브랜드, 이미지 아카이브, 블로그, 취향 창고, 편집샵, 등등. 규정하기를 좋아하는 ‘요즘것들’ 위로 자운드는 자유롭게 뛰어논다. 자운드는 취향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주는 것이다. 난 이렇게 생각해, 이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봐. 그리고 묻는 것이다. 너는?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자운드를 방문한 손님들은 자신만의 답을 찾고,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게 된다.

선더스의 블로그, 이미지 아카이브에서 출발한 자운드는 결국 몬트리울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가 된다. 이곳에서 자운드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브랜드들과 그들의 ‘취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토의하며 협업한다. 그렇게 자운드는 A.P.C(아페쎄), 리복, 반스, 뉴발란스, 칸예 웨스트 등과 콜라보를 진행하여 큰 사랑을 받았다.
그들의 협업 아이템을 살펴보면, 화려함으로 무장한 요즘의 협업들과 다르게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색감, 색깔의 조합, 레터링의 디테일 등을 약간 비틀어서 내놓는 식이다. 심플하고 쿨한 선더스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자운드는 이러한 약간의 변화를 통해 그 제품들을 꼭 가지고 싶은 제품으로 만들었다. 선더스의 고집스러운 취향은 또 누군가의 취향을 ‘저격’해버린 것이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뉴발란스와의 협업 신발인 뉴발란스 X JJJJound 992는 뉴발란스 992의 인기와 특이한 색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리셀가가 정가의 두 배 정도로 뛰어올랐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시선에 공감했는지 알 수 있다.
‘감성’이라는 말이 이유로 통하는 시대다. 선더스와 JJJJound의 행보는 마냥 추상적인 ‘감성’이라는 것의 나름의 정의를 제시한다.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매력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것, 그것이 JJJJound가 말하는 ‘감성’ 아닐까.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의 발전으로 모두가 잘난 사람이 된 지금, 뻔한 답을 제시하는 것에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대신 생각의 여지를 남겨두는 쪽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열광한다.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모두 다른 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JJJound의 성공의 이유는 거기에 있다. 자신의 취향을 일관되게 제시하는 동시에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어 질문을 던지는 것.

위에서 이래저래 복잡한 말들로 JJJJound의 성공의 이유에 대해서 분석했지만, 사실 선더스는 대단한 것을 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진을 2006년부터 꾸준히 업로드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쌓이고 쌓인 사진들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으며 그것을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다고 느낀 것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