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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썰 좀 풀어봐.”

같이 술을 먹는데 별안간 음흉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친구놈을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서 되물어봤더니 연애 잘 되고 있냐, 그런 요지였던 모양이다. 연애하면서 재미난 이야기가 있으면 한번 풀어보라고 재촉하는 친구가 야속했다. 이런 속도 모르고 자꾸 재촉해대는 녀석의 이마에 번개같이 딱밤을 놓았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하는 녀석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헤어진 지 몇 달인데!”

내가 야속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미 다 헤어진 연애사 꺼내서 무슨 재미를 보려고.
이렇게 누구나 삶 속에서 가지고 있는 ‘썰’이 존재한다. 그게 재미있든 재미없든, 행복하든 슬프든, 그 이야기들이 모여 지금의 자신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억과 경험은 우리의 정신의 주춧돌이자 부품이다. 마치 신발의 가죽처럼 말이다.

조던도 마찬가지이다. 화려한 컬러웨이와 스우시 속에 많은 이야기를 숨긴 채로 누군가의 발에 신겨져 세계 구석구석을 누빈다. 물론 몰라도 상관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알면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친구들이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아주면 더 기분이 좋은 것처럼 말이다. 자칫 신발들이 서운해할 수도 있으니 주의 깊게 그 이야기를 경청해주도록 하자.
1. 조던 1 레트로 하이 루키 오브 더 이어
84-85 시즌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시카고 불스로 온 신인, 마이클 조던에게 꿈같은 시간이었다. 데뷔 시즌부터 빼어난 활약을 펼쳐 큰 관심을 받았으며, 팀의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무엇보다 리그 신인상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불스의 3순위 지명 선수였던 조던은 팀 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발돋움하게 되었고, 신인상은 그 증거가 되었다.
조던 1 루키 오브 더 이어는 전설의 시작을 알렸던 신인상 수상의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이클 조던이 신인상을 받을 때 입었던 옷을 컬러웨이로 차용한 것이다. 신이 인간의 변장을 하고 나타났다는 마이클 조던의 신인 시절을 느껴보고 싶다면 구매를 추천한다. 잘은 몰라도 코트 위에서 공을 잡는 순간, 단번에 페이드 어웨이 슛으로 상대를 농락할 수 있지 않을까.
2. 조던 1 레트로 하이 쉐터드 백보드
쉐터드(Shattered). 산산히 부서진, 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쉐터드 백보드(Shattered Backboard) 라는 말은 산산조각난 백보드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겠다. 아니, 백보드는 그렇다 치지. 농구와 관련된 것이니까. 그런데 왜 하필 산산조각난 백보드일까. 조던이 백보드를 부수기라도 했단 말인가? 못 믿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조던의 손에 백보드가 아주 산산조각이 났던 적이 있다.
때는 1985년 8월 25일, 마이클 조던은 이탈리아의 농구 경기에 참가하게 된다. 스테파넬 트리에스테(Stefanel Trieste)와 유베 카세르타(Juve Caserta)의 맞대결에서 마이클 조던은 스테파넬 트리에스테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는데, 그 유니폼은 주황색과 검정색이 섞인 컬러를 가지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 조던은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30득점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에어 덩크를 선보이며 백보드를 산산조각내기에 이른다.
30년이 지난 2015년, 나이키에서는 이 ‘백보드 사건’을 기념하여 OG 라인으로 주황색과 검정색이 섞인 컬러웨이의 조던을 출시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조던 1 레트로 하이 쉐터드 백보드이다. 이 신발은 마이클 조던의 실력과 위상을 증명하는 듯한 아이코닉한 사건을 기념하는 스니커즈라고 할 수 있다.
3. 조던 1 레트로 하이 LA to Chicago
1985년 에어 조던 1이 발매된 이래로 수많은 스타들이 조던 1을 신고 세계 곳곳을 누볐다. 비단 농구 스타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설들이 조던 1을 착용했는데, 스케이트 보딩의 전설인 랜스 마운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조던 1을 신고 스케이트 보딩을 즐겼고, 곧 수많은 보더들이 조던 1을 신기 시작했다. 조던 1 레트로 하이 LA to Chicago는 최초의 나이키 SB 라인의 조던 1으로, 세계 곳곳의 스케이트 보더들과 그 문화에 경의를 표하는 스니커즈이다.
이 스니커즈의 특징은 스케이트 보딩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도시, LA와 시카고의 컬러웨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신발의 겉에 LA의 상징색인 보라와 노랑을 칠했고, 신발을 신을수록 겉의 색깔은 자연스럽게 벗겨지고 안쪽의 시카고의 상징색인 빨강이 나올 수 있게 했다. 색깔이 자연스럽게 벗겨지도록 한 것은 보더들이 스케이트 보딩을 즐길 때, 신발이 바닥에 긁히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색깔을 나타나게 했다고 한다. 신발 곳곳에 스케이트 보딩 문화에 대한 존경과 그들의 자유로움을 담아낸 것을 알 수 있다.
인생의 재미있는 점은, 앞으로 우리가 가져갈 이야기들이 몇 가지나 되며,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1분 후도 알 수 없는 우리가, 살면서 써내려갈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겠는가.
신발의 묘미 중 하나는, 앞으로 나올 신발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기대를 할 수 있고, 이 문화를 사랑할 수 있다. 가끔씩 의미 모를 신발들 때문에 실망해도, 그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기대한 만큼 실망하고, 또 실망한 만큼 기대가 커질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기대하자, 그리고 귀 기울여보자, 앞으로 신발이 들려줄 이야기에 대해서!